🎞️ 작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파벨만스>를 혹시 아시나요? 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기도 한 이 작품은 스필버그 감독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영화예요. 오늘 레터는 이 영화에서 발견한 디스턴싱에 대해 짧게 소개하며 시작해 볼게요!
감독은 주인공 새미를 통해서 자신의 10대 시절 이야기부터 풀어내는데요. 몇 가지 설정을 제외하면 거의 그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그대로 담았다고 해요. 어릴 적 카메라를 갖고 가족들의 영상을 찍어주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운 것이나, 동네 극장에서 자신이 찍은 영화로 작은 상영회를 연 것, 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잘 나가는 컴퓨터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한 피아니스트 어머니가 끝내 이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까지.
영화는 새미가 자라나면서 겪는 온갖 상처들과 생채기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해요. 무엇 하나 새미에게 행복한 상황을 선물해 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화의 엔딩에 이르러서도 극 중 새미의 상황은 결코 좋지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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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은 결코 슬프고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새미의 삶에서 일어난 슬픈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스필버그 감독이 포커스를 맞춘 곳은, 주인공 새미가 그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오직 '영화의 힘, 영화의 미학'이라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훗날 그 꿈을 이루게 되죠. 그는 그 모든 슬프고 비극적인 일들과 맞서 싸우며 괴로워하는 대신, 마음속에 피어나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거리를 둔 채, 자신이 원하는 가치에 전념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물론, 말처럼 쉬운 과정은 절대 아니었을 겁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러한 생각법이 왜 우리에게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인지 좀 더 이야기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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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레터의 시작을 맡았던 디스턴싱팀 리더 승주님의 <생각 레터>는 앞으로 비정기적이지만 더 알찬 내용으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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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어떻게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과거 지구상에 존재했던 훨씬 더 크고 강한 생명체들에 비하면 인류는 상대적으로 근력도 약하고, 달리기도 느리고, 날카로운 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후각이나 시각이 엄청나게 발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건 바로 인류가 '문제 해결적 사고'를 타고났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인류에게 아주 강력한 진화론적 이점을 제공했죠.
숲속을 거닐고 있다고 상상해 볼까요? 눈앞에 표지판이 하나 보이네요. 표지판에는 포악한 곰이 그러져 있고, "곰 조심"이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요. 굳이 숲속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다가 포악한 곰을 마주할 필요는 없죠.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문제 해결의 과정은 아주 직관적이고 정확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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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확히 이 이유로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지구상에서 우리들만큼 명백히, 그리고 보편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종은 단 하나도 없죠.
이는 우리가 이러한 문제 해결적 방법론을 우리 내면의 문제에도 적용하기 때문이에요.
이번에는 우리 마음속에 못이 하나 박혀있다고 상상해 볼게요. 이 못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들입니다. 걱정, 후회, 외로움, 죄책감 등등. 무엇이든 좋아요. 나를 괴롭혔던 생각이나 감정, 기억들을 천천히 떠올려 보세요.
자, 이제 머릿속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볼까요? 30초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마음속에 박혀 있는 못을 있는 힘껏 뽑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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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나요? 아주 손쉽게 못을 뽑을 수 있었나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나? 해결책을 찾아볼까? 그때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그런다고 지금 당장 이 생각이나 감정이 해결되진 않을 것 같은데. 이 못을 대체 어떻게 뽑지?" 이런 생각만 하며 소중한 30초가 흘러갔을 거예요.
이처럼 우리는 내면의 경험에조차 문제 해결적 사고를 적용하며 평생을 마음과 씨름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우울증이 찾아오게 되고, 공황장애나 번아웃을 겪게 되기도 하죠.
'해결 방법을 찾아내서 문제를 없애자'는 원칙을 우리 내면에 적용하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의 문제는 더 악화될 뿐이에요. 마음속에 피어오른 부정적인 생각의 내용을 없애고, 바꾸고, 교정하고, 제거하는 것에만 집착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더 깊어지게 만들죠. 그런데도 우리는 이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삶의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곤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말끔히 없애고, 그 자리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득 채우기 위해 애쓰면서 말이죠.
디스턴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 생각의 '내용'이 아닌, 나와 생각 사이의 '관계'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우리는 도무지 이길 방법이 없는 생각과의 전투를 멈추고, 생각과 나 사이에 공간감을 만든 채, 전쟁터를 벗어나야 합니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 그 모든 생각들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봐야 해요. 나의 위치를 더 큰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랍니다. 알고 보면 나는 훨씬 더 드넓은 공간 속에 있다는 것을,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나의 생각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더 큰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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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실패란 없습니다"
NBA 스타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아시나요? 몇 번이나 MVP 선수로 선정되고 소속팀에 50년 만의 우승을 선사하기도 했던 그는, 성적이 부진했던 해에 한 기자회견에서 다소 무례한 질문을 받아요. 그에 대해 그가 건넨 답변에는 가치에 전념하는 삶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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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와 우울감 사이의 관계
유년기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로 인해 우울 증상이 더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트라우마, 우울감, 스트레스가 모두 연관되어 있는 거죠. 여기에 생각을 곱씹는 '반추' 역시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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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회복의 열쇠는 가족에 있다
가족은 내 삶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가족은 내가 겪는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서도 어마어마한 영향력과 중요성을 지니고 있어요.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훈련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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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턴싱 명제 후반부에 있는 '가치로 나아가기'에 대해 읽고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2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첫 번째는 내가 속한 사회의 자본주의적 속성, 그리고 내가 그곳에 속해있음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성취함으로써 비교우위를 통해 삶의 만족감을 성취하는 길입니다. 두 번째는 외부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내 스스로의 만족을 찾아 나가는 길이 있겠죠. 둘 중에 어떤 길이 더 수월할까요? (다른 채널을 통해 익명으로 주신 질문이에요!)
✍🏻 안녕하세요, 디스턴싱팀 리더 홍승주입니다. 좋은 질문을 주셨네요!
우선 질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가치로 나아가는 것은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나 스스로의 만족을 찾아 나서는 것'이며 이는 '경쟁', '성취', '비교우위' 등과는 배치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말씀하신 첫 번째 길과 두 번째 길이 다르지 않아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구체화하고 그 가치에 전념하는 길이 말씀 주신 비교우위와 성취 측면에서도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성취와 성과가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디스턴싱에서 디지털 인지치료 작업을 하면서 보아도, 또 정말 큰 성취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보아도, 가치에 전념하는 과정이 오히려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목적지나 결과가 아닌, 방향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하며 그에 전념한다면 말이죠.
제 개인적 경험도 그랬답니다. 저는 중학교 때까지 350명 중 200등을 할 정도로 공부에는 큰 뜻이 없었습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공부를 시작하고 노력을 했지만 탁월한 성과는 없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한 시기에, 진화생물학을 필두로 한 생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또 호스피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이 생겼던 때가 있었답니다. 당시에 그 두 가지 주제는 제게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중요했고, 저는 그 가치를 좇는 데에 전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기도 했고요.
가치, 다른 말로 '내가 영위하고 싶은 삶의 형태'는 결코 성취, 성장, 성과 등과 배치되는 말이 아니랍니다. 내면의 연약한 면에 굴복하고, 과잉보상하고, 회피하는 것을 스스로의 가치로 착각하지 않는다면요.
정리하자면, 저는 두 번째 길이 더 걷기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것이 곧 첫 번째 길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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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턴싱 개념, 레터에서 다룬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모든 질문에 답변드리진 못하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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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는 여기까지 준비했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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