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날씨가 무덥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벌써 두 번째 레터입니다. 오늘은 일주일 동안에 디스턴싱 팀이 얼마만큼 더 나아갔는지, 짧게 말씀드려 볼까 해요!
먼저, 디스턴싱 명제를 담은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몇몇 큰 출판사들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고, 가장 뜻이 잘 맞는 곳과 책 출간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 같아요. 디스턴싱 명제는 제가 심혈을 기울여 정리한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조심스럽기도 한데요. 그래도 디스턴싱의 메시지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저에겐 중요한 가치여서, 완벽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당장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기로 했답니다. 책이 나온다면,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스턴싱 앱 서비스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요. 명제에 맞춰서 프로그램이 다시 한번 정리되고 있고, 아마 8월 중에는 온전한 형태의 디스턴싱 서비스를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앱 서비스의 치료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3가지 단계를 구상하고 있는데요. 이번 작업은 그 첫 번째 단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또 한 차례의 단계적인 가치 행동을 해나가는 셈이네요.
얼마 전에 한 유저분께서 디스턴싱의 인지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과분한 칭찬을 건네주신 적이 있어요.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아 세상에 나와 있는 국내외 서비스를 거의 다 써봤는데, 디스턴싱만큼 인지치료 파트를 전문적으로 깊게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본 적이 없다고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개념, 기능, 제품 경험 등 고쳐야 할 것들을 많이 정리해 둔 상태여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아, 아직 부족한데... 더 잘 해야 하는데..." 같은 생각이죠. 물론 이 또한 하나의 팝콘이라 생각하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디스턴싱 앱을 처음 만들 때, 팀 내부에서조차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직접 만든다고?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그런 건 20~30년의 경력을 가진 대가들이나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같은 얘기들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가 믿는 바를 향해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방향'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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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미루고, 불안해하고, 반추하고, 심지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도 해요. 사실 이런 행동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일 때가 많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심리적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죠.
어떤 일을 미루면, 적어도 힘든 결과를 직면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면, 미래를 대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끊임없이 반추하며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죠. 물론 이것들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치료자들은 이런 행동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봅니다.
한편 치료가 시작되면, 당사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문제로 보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반대로, 치료자는 오히려 그 행동을 수용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는답니다. 동상이몽이죠.
여기에 중요한 역설이 있어요. 변화하고자 하면 변화하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고자 하면 변화할 수 있어요.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은 지금 나의 생각과 감정, 그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생각과 감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누구든 나와 같은 상황 속에 놓이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예요. 그 어떤 똑똑하고 강인한 사람일지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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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고자 하면, 오히려 변화하지 못하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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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과 감정을 없애려고 하지 않고, 대체하려고 하지 않고,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 것. 변화보다는 수용으로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변화의 핵심이랍니다. 그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향해 선택을 해나갈 수 있어요.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정서는 이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감내도 가능합니다. 변화는 지금 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또 누구나 이 같은 상황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해요. 자신의 정서 경험을 부정하며 시작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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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턴싱이 생각의 내용이 아닌, 생각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 기꺼이 경험하기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앞으로 디스턴싱을 연습할 땐 나는 변화하고자 하는 것인지, 변화하지 않고자 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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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생각법
스티브 잡스가 불교 철학과 마인드풀니스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에요. 그가 남긴 어록에는 디스턴싱과 관련된 표현이 자주 등장하죠. 혁신의 과정에서 맞닥뜨렸던 고통의 순간마다, 그는 '생각과 거리두기'를 실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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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가 필요한 이유
아주 옛날부터 인간은 '삶의 의미'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이는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주제이죠.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시련이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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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자동적이다
30초만 생각을 멈춰 볼까요? 어땠나요? 머릿속이 텅 빈 공간처럼 평화롭고 고요해졌나요? 아마 아닐 거예요. 우리가 생각을 멈추는 건 불가능합니다. 생각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규칙하게 떠오를 뿐이에요. 마치 팝콘 기계 속 팝콘처럼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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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lip : 디스턴싱의 관점에서는 '나' 혹은 '자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안녕하세요 Tulip님!
아주 좋은 질문을 주셨네요. 사실 매우 중요한 질문이지만, 디스턴싱 명제에서는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은 부분이기도 해요. 디스턴싱의 목표는 자아 탐구나 영성적 깨달음이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기 때문인데요. 그 관점에서 이 질문은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우리를 멀리 데려갈 것 같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답니다. 마침 좋은 공간에서 좋은 질문을 주셨으니, 여기서는 조금만 더 이야기 나눠보도록 할게요!
(다만, 제법 높은 의학적 근거 수준을 가진 이론들과 실제 RCT와 같은 체계적인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던 방법들만 차용했던 디스턴싱과 비교하자면, 아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제가 정리한 디스턴싱의 철학적 세계관입니다. 물론 과학에 기반해 정리한 내용이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입증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인간의 뿌리 깊은 착각
디스턴싱 관점에서 '나'는 착각입니다. 사실 명제에서는 '생각하는 나'는 착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더 직설적으로 나아가면 '나'는 착각입니다. 경험 그 자체와 구분되는 개별적 자아는 착각일 뿐이에요. 지속적이고 통일된 자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인간의 뿌리 깊은 착각이죠.
뇌에는 Corpus callosum이라는 구조가 있어요. 좌뇌, 우뇌를 이어주는 구조물인데요. 이 구조물을 통해 좌뇌와 우뇌는 정보를 교환해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 구조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두 가지 재밌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첫 번째는 좌뇌와 우뇌가 기능적으로 특수성을 가진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좌뇌는 주로 언어를 담당하죠. 두 번째는 좌뇌와 우뇌가 기능적으로 독립성을 가진다는 겁니다. 기억, 학습, 의도 등 많은 영역에서 말이죠. Corpus callosum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사람의 좌측 눈에 특정한 그림을 보여주면 해당 정보는 우측 뇌로 전달돼요. 그리고 실험자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어보면 실험자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말합니다. 언어는 좌뇌가 관장하기 때문이죠. 한편 그에게 자신이 본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실험자는 정확히 해당 그림을 선택해요. 그런 선택은 주로 우뇌가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못 봤지만 무엇을 봤는지는 알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사람들에게는 마치 의식이 두 개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Corpus callosum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람의 좌뇌에게 왜 우뇌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냐고 묻는 것은, 정상인에게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모르냐고 묻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통합된 '나'라는 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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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라는 허상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착각은 자아라는 허상을 만들어내요. 하지만 간단한 사고 실험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자유의지는 허상입니다. 자유의지는 그저 우리가 '특정 생명체의 인지적 작동 원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에 반비례하는 착각일 뿐이에요. 짚신벌레는 자유의지가 없습니다. 개미도 자유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강아지는 자유의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습니다(그렇게 느낍니다). 스스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우리 입장에서 우리 자신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지를 가진 존재이죠.
하지만 한 꺼풀씩 벗겨내다 보면, 결국 자아가 설 자리는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질 뿐이에요. 생각은 팝콘처럼 자동적으로 튀어 오릅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죠. 이 사실은 비교적 자연스러워 보여요. 우리는 생각이 튀어 오르는 과정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아차리는 나'가 별도로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나'라는 느낌은 그것 자체가 생각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나'라고 이야기하는 건 그저 매 순간의 의식 속에서 경험되는 일들의 불연속적인 집합체일 뿐이에요.
간혹 영적인 지도자들은 '알아차림, 그것만이 믿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비슷한 관점을 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관점은 종종 형이상학적 해석으로 빠지곤 해요. "알아차림은 항상 영원하다", "알아차림은 죽음을 경험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 지점에서 신을 내세우기도 하죠. 하지만 의식이 뇌를 벗어난 다른 어떤 공간에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이성에 기반해 그것을 사실로 논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러지 않다고 명확히 이야기하기도 힘듭니다. 애초에 논할 수 없는 영역을 논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과학조차 의식적 경험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그 비밀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아인슈타인 선생님, 빅뱅 이전의 우주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 굳이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을 '생각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 바꿔 말해 '알아차리는 나'로 규정하는 건, 여전히 현재 생각이 의식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형태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알아차림을 알아차리는 나를 알아차리는 나는 없을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는 자아가 없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만들어낸 인식론적 한계에 불과해요.
생각은 '나'가 아니다
그 말장난을 종결짓는 유일한 관점은, 생각이란 그저 환경적 요소에 반응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일 뿐이고,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매 순간 의식 위에서 그것을 경험하는 존재 그 자체라는 것뿐이에요(물론 그 의식이 어떻게 신경학적으로 형성되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기타 다른 일관되고 통합된 주체로서의 '나'는 허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지 못했고 이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죠. 그 결과,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불행한 종이 되었어요.
멀리 간 이야기를 조금만 더 가까이 가져와 보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생각을 우리 자신과 동일한 무언가로 여기는 것이 궁극적인 문제예요. 생각을 마음속에 떠오르는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고 경험하지 못하는 게 그 모든 괴로움의 일차적인 원천이죠. 디스턴싱뿐만 아니라 어떠한 화학약품 없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다고 알려진 인지치료, 행동치료, 마음챙김, 그 모든 방법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결국 모두 동일하게 바로 이 지점, '생각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관념적인 글이지만, 부디 이 내용이 디스턴싱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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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턴싱 개념, 레터에서 다룬 주제, 그외 정신건강과 관련된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모든 질문에 답변드리진 못하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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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턴싱에서 만들고 있는 디지털 인지치료 프로그램, 디스턴싱 앱에 새로운 기능이 생겼어요. 이번에는 '생각'과 '나'의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명상훈련지가 추가되었답니다.
- 생각을 하나의 심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명상 훈련을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요.
-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감정, 신체, 생각을 다스리는 명상 훈련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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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는 여기까지 준비했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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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헬스distancing@orwellhealth.org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91, 807호수신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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